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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라고 흔히들 이야기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따위의 고민을 하며 괴로워하다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저는 아직도 사춘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찾지 못했으니까요.

 

덕분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끊이질 않는 편이라 관련 책들을 발견하면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버릇까지 있을 정도로 생명에 대한 호기심은 끝을 보이지 않는답니다.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현상들과 그에 반박하려는 과학적 견해 모두에 관심이 가는 것도 같은 이유겠지요.

 

그런 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에 집중하는 사피엔스라는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내는 참신한 발상으로 인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께가 두께인 만큼 아직 초반정도밖에 읽지 못했지만 때때로 후두부를 강타할 것만 같은 신선함에 깜짝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 종이 살아 있었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 종만이 유일한 승자로 지구상에 살아남게 되었고, 이제 그들은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사피엔스는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이 있는지, 지금이 전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저자는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 발달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부자들은 영원히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죽어야 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우울한 이야기만 풀어놓는 것은 아니다. 그는 행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행복에 대한 가능성 역시 더 많이 열려 있다고 말하며,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이제, 인류가 멸종할 것인지, 더 나은 진보를 이룩할 것인지,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리 밝고 활기찬 내용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에 대한 두려움과 그 끝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이었으니까요.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

 

종교를 가진 제 입장에선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인간의 발전이 끊이질 않는다면 언젠가는...’이란 생각이 들만큼 저 문구가 뇌리에 콕 박혀버렸습니다. 그 생각에 무섭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말이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종류의 존재로 업그레이드하는 과학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우리는 이들이 가는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하죠. 그러니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한다고요.

 

모두가 원하고 바라마지않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마치 사춘기 때의 모습처럼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라는 숙제를 내어주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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